어쨌든 책이 예정대로 곶감 출하시기에 맞춰 나왔더라면 어떤 식으로든 곶감 홍보에도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두고두고 읽히는 책을 만드는 출판사의 방침 때문에 책이 언제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다음 주에 나올 것 같았는데 그 다음 주로 미뤄지고 월말에는 나오겠지 했는데 다음 달 초로 미뤄졌..
지난 가을 출판사에서 수필집을 내자는 연락이 왔다. 그동안 SNS에 포스팅한 글을 모아 책으로 만들자는 제안이었는데 나는 얼씨구나~ 하고 바로 계약을 했다. 전문 작가가 아닌 농부가 책을 낸다는 것은 솔직히 고백컨대 내가 생산한 농산물 특히 곶감 홍보를 (광고비 안들이고) 간접적으로 할 수 있는 기회를 의미..
봄은 노란색이라고 노래하는 꽃다지와 봄은 하얀색이라고 주장하는 냉이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싸움은 논둑 밭둑 그리고 강둑에서 전면전으로 번졌다.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꽃다지는 노란 꽃대를 마구마구 올리고 냉이는 하얀 꽃을 구름처럼 피웠는데, 하느님은 꽃다지 편이었다. 하느님은 냉이를 맛있게 만들..
봄비 온다는 연락을 받고 화단으로 마중 나간다. 호미 하나 들고 간다. 이맘 때 올라오는 새싹은 잡초인지 화초인지 구분이 쉽지 않다. 어린 싹은 다 화초처럼 보여서 일단은 지켜보게 만들지만 나중에 잡초로 확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열흘이나 보름 쯤 뒤에 (잡초네~ 하하 역시 잡초였어~ )하며 파내지만, 영리한 ..
“허허~ 갑자기 나무를 왜 다 쳐내고 있나? 이제 감 농사 그만하려고 그러나?” 감나무 전정 작업을 나름 제대로 한다고 하고 있는데, 윗 밭에 홍기 영감님이 감자 밭을 만드시다가 뭔 일이냐며 내려오셨다. “아니에요~ 이제는 나무를 손닿는 높이까지만 키우려구요. 그 위로만 자르는 겁니다” “허허~ 그래도 그렇..
또 다시 봄이다. 열여덟 번째 맞는 엄천골의 봄은 눈으로 볼 수 있다. 묵정밭에 꽃다지 올라오고 개불알꽃 피고 양지바른 곳에는 냉이가 먹기 좋게 올라왔다. 화단에는 수선화 초록 혀를 쏘옥 내밀고 튜울립도 앙증맞은 손바닥을 펼친다. 돌담에 산수유 노란 꽃망울이 터지고 미색의 매화꽃 팝콘이 달콤해 보인다. 사..
오랜만에 코에 바람도 쏘일겸 진주 이마트에 장보러 갔다. 평소엔 함양읍에서 장을 보는데 멀리 대형마트까지 나들이 삼아 가서 먹거리외 이것저것 잔뜩 샀다. 쇼핑할 땐 정말 즐거웠다. 그런데 카드를 긁을 땐 1도 즐겁지 않았다. 아뿔싸~ 이거 돈이 왜 이렇게 많이 나왔지? 하며 영수증을 훑어보았는데 (계산 착오..
<지난호에 이어서>2. 그로부터 두 달 여가 지나는 동안 곶감을 만드는 일들에 대한 글은 올라오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유진국 곶감’의 판매 공지가 올라오지 않았다. 나는 겉으로는 기다리는 느낌을 주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공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 기다려야지. 좋은 곶감이 그리 쉽게 만들어지나. ..
올해 SNS에 곶감 홍보 글을 포스팅 하면서 드라마 유행어를 패러디해 보았다. “고객님은 이제 유진국 무유황곶감만 전적으로 믿고 구입하셔야합니다” 재미로 한번 웃자고 한 건데 먼저 구입한 고객들이 호의적인 댓글을 달아주어 뜻밖에 반응이 좋았다. 먹거리는 일단 맛이 있어야 한다. 먼저 먹어본 고객이 맛이 ..
리포터가 느닷없이 마당에 낙엽을 쓸고 나서 “아~ 힘들다” 하며 흔들 그네에 털석 앉아 투덜거리니 피디가 막대 사탕을 하나 권한다. 리포터가 “나 사탕 완전 좋아해~” 하면서 입에 넣으려는 순간 지리산농부가 후다닥 나타나 “아니 여기 맛난 곶감이 있는데 사탕이 웬말이오~” 하며 곶감을 권하는 유치찬란한 ..
방울이 어디 갔을까? 조금 전까지만 해도 분명 여기 있었는데 말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야.그건 누가 훔쳐갈 수도 없는 건데, 내가 실수로 떨어뜨릴 수도 없는 건데, 나에게 우째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체통을 중시하는 냥작이라 겉으로는 짐짓 아무렇지도 않은 듯 아무 내색도 하지 않았다. 하지..
함양 고종시 곶감 축제를 하는데 곶감쥬스를 한번 내어보라고 해서 곶감도 쥬스를 만드냐고 하고 웃고 말았다. 그런데 사과 쥬스도 아니고 자몽쥬스도 아니고 곶감 쥬스라니 비록 웃고 말았지만 곶감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있는 농부로서 호기심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채 있기는 있는 건가 만일 그런 게 있다..
대봉감은 곶감으로 말리기가 정말 어렵다. 감이 워낙 크기 때문에 그렇다. 그래서 시중에 대봉감으로 만든 곶감은 만나기 어렵다. 현재 대봉감으로 말려서 유통되는 것은 대부분 반건시 정도다. 반건시도 잘만 만들면 달콤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많이 사랑받고 있는데, 특히 어린 아이나 나이 드셔서 이빨이 안 좋으신..
어제 곶감 첫 출하하고 오늘 짤막한 배송안내 문자를 보냈다.“곶감 곧감” 보통은 ‘지리산농부가 오늘 무슨무슨 택배로 곶감을 발송하였으니 맛있게 드시오’ 하고 보내는데 올 첫 배송안내는 장난끼가 다분하다. 대부분 곶감 출시를 고대하던 고객들에게 보내는 거라 크게 결례가 되지는 않을 걸로 판단하고 사자..
까치밥으로 남겨놓은 감홍시 위에 첫눈이 내린다. 반갑다. 이 나이에 눈이 반가운 건 내가 눈을 기다렸다는 거다. 올 때가 되었는데... 되었는데... 대설이 지났는데도 왜 눈이 안 오지? 하고 있던 참이었다. 몇 년 전엔 시월에 첫눈이 내려 놀래키더니 올해는 느지막히 12월 중순이 되어서야 첫눈이다. 덕장에 매달..
곶감을 자동화 설비로 만들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는데 제과 회사에서 쿠키 만들 듯 자동화된 설비로 곶감을 생산해내는 것을 보고 크게 놀랐다. 감 선별부터 포장까지 모든 공정을 로봇이 해내는 곶감 자동화 설비는 정말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고 환상이었다. 생산 관리자는 곶감을 잘 만드는 장인이 아니라 컴퓨터 앞..
중은 올깎기고 감은 늦깎기라고 한다. 곶감은 늦게 깎는 게 좋다는 말인데 기후 온난화로 요즘처럼 겨울이 따뜻하고 비가 잦으면 곶감이 곰팡이가 피고 제대로 안 마르기 때문에 노련한 곶감쟁이들은 가능하면 날씨가 추워진 뒤에 감을 깎는다. 수년 전 겨울장마로 곶감농가가 큰 낭패를 본 일이 있었는데 그 때도 늦..
엄천골 농부들에게 곶감 깎는 작업은 매년 개최되는 마라톤이다. 가을 끝 무렵 맑고 좋은 날 하늘에서 출발 총성이 울리면 곶감쟁이들은 무거운 감 박스를 들고 달리기 시작한다. 한 달 남짓 걸리는 곶감깎기 대장정이 시작되는 것인데, 시작이 반이라더니 어느새 반환점을 돌아가고 있다. 오늘 아침은 폭소로 시작..
출판사와 출판 계약을 할 때 가제를 ‘지리산농부의 귀농이야기’로 했고 책 내용과도 어울리는 것 같았기에 그대로 확정되는 걸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 모양이다. 책은 제목이 얼굴인데 가제가 쫌 식상해서 참신한 제목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목에 대해 내가 혹 생각해 둔 게 있는지 출판사에서 물..
벌써 입동이다. 날씨가 곶감 말리기에 더없이 좋아 엿새째 곶감을 깎고 있다. 작업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올해는 곶감 농사에 아들 둘이 힘을 보태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유진국 무유황곶감’을 가업으로 한 번 키워보자고 아들과 의기투합한 것이다. 생산량이 늘어나다 보니 십 수 년 전에 지은 ..